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눈같은 설탕소복 매실
    한식에세이 2017. 12. 19. 14:58

    요 몇일 집으로 퇴근하면서 골목 시장통을 걸어 올테면 마음이 조급하면서 곁눈질을 하게 됩니다.

    해야 할일을 해야하는데 귀차니즘과 예전과는 다르게 엄두가 안나고..그러면서도 죄책감 같은..아니 의무감 같은 생각이 들면서  해야할 행동을 안한 아니 부장님이 지시한 일을 시간안에 못한 신입사원 처럼 눈치만 살피는 그런 심경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나 그럴 겁니다.

    매실담기를 말씀드립니다. 매년 이맘때는 푸르른 매실을 꾹꾹눌러 담습니다. 해년마다 담다보니 작년에 담은 매실은 올해 이것저것 요긴하게 쓰일데가 많습니다. 먼저 시원한 음료로서 냉장실을 차지하고 각종 요리에 쓰입니다. 또한 상비약 비슷한 일도 하게되죠...그런데 올해는 늦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데로 이핑게 저핑게...머 게으름으로 대표 할수 있는 말들이죠...그런데 어제 조카녀석(둘째누나 딸)이 시집을 간다 하기에 신랑될 남자가 인사를 하러 온다하여 부랴 부랴 세수도 하고 엄마두 세수 시키고 꺼내어 놓은 틀이를 입에 넣고..나는 부시시한 머리를 강제로 무스로 숨을 죽이면서 다가올 그녀석(?)의 신랑 첫 인사를 나름 고고한척 허리를 펴고 맞이하게 됩니다. 군대에서 중사로 근무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따님과 열심히 행복하게 산다는 각오(나두 결혼할때 그런 이야기를 했을법한)를 이야기하는 젊은 군인의 짧은 머리 옆으로 솜털 같은게 선풍기 바람에 살살 흔들리는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카들이 여자가 많아 사위를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나두 저렇게 젊을때 간고등어 염장 하듯이 소금을 뿌려둘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째 그렇개 젊고 싱그러우며 이쁜것인지....

    제길...아까운 생각만 듭니다.

    돌려줘라....내청추운~~~

    밥먹으러 가잡니다. 나름 뷔페로 가자는데...내가 딱 가기 싫어하는 곳이 거기 부풰입니다. 대식가와 입맛을 모르는 아니 가난한 사람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맛과 신선함을 포기해야 하여 무작정 많이만 먹어야 하고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식을 부추기는 사료 공장같는 그곳....

    제길...전 그냥 따라가야 합니다. 아들녀석은 초밥을 무제한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 거립니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는 머 인생이 지금 장미빛이것지요....

    이야깃 거리가 생길수 없은 무미건조한 뷔풰에서 사위가 될 그젊은 군인이 나에게 삼촌이라는 칭호와 함께 번쩍이는 박스에 술을 선물 합니다. 거기엔 꼬냑XO라는 말과 더 뻔쩍이는 글씨로 군납이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김영란 법 으로 신고를 확~~해버려 하믄서 슬적 챙깁니다

    식사 자리가 끝나고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골목길을 나혼자가 아닌 누나 매형 엄마 등등...조폭의 패거리들 처럼 무리지어 갑니다.

    엄마가 말씀 하싶니다. "매실이 익었네~~~~" 그말씀을 듣고 가격 표를 살핍니다 10kg에 1만5천원.... 아까먹은 뷔풰에 밀가루 음식에 취헤 2박스를 삽니다.

    늦은 매실이라 중간중간 노르스름하게 익었습니다.

    그날 저녁 매형과 부어라 마셔라...에헤라 디여...

    아침에 일어나 다시 어머니 집으로 갑니다(우리집과 3분거리)

    당뇨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에게 인슐린을 놓아 드리고 약을 챙겨 드립니다. 약간의 치매가 있으신 우리 함지박 어머니....아들만 오믄 이빨도 없는 조그만 입을 한아름 크게 벌려 웃으 싶니다

    간밤에 사놓은 매실을 씻고 채반에 받쳐서 물기를 빼고 말립니다.

    그사이 간혹 기억을 안하시는 엄마의 기억력을 테스트 합니다

    "어제 온 젊은 친구가 누구야???? 지원이랑 같이 온 그 청년 말이야??? 그럼 엄마는 나를 비웃듯이 말씀하싶니다...."지원이 신랑이자너~~그것도 몰라?????...엄마보다 아들이 바보가 됩니다.  

    아침을 챙겨 드리고 커피를 반쯤 누워 한잔하고 느긋한 주말을 느낍니다. 오후가 되어 햇살이 빗겨 내릴때쯤...

    그 숙제 같던 매실을 담습니다.

    솜털이 보슬보슬 하니 좋습니다. 알록 달록 하니 익어서 신맛도 많지 않을듯하고 하나 익은것을 엄마에게 까서 드리니 신맛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주름 많은 얼굴에 갖은 인상을 쓰시면서 도리도리 허싶니다.

    일단 씨를 발라내어 유리 통에 담슴니다. 이것은 꿀에 재워 올 여름 및 가을에 먹을 예정입니다. 씨앗에 독소가 있어 1년이상 묵혀야 하는 기존 방법 보다 이리 하면 빨리 먹을수 있고 장아찌도 담을수 있으며 이 매실청으로 고추장을 조금 담을 것 입니다.

    나머지는 꼭지를 제거하고 설탕을 소복히 담아 그늘에 놓아 둠니다.

    내일쯤 다시와서 뒤집고 낼 모레도 뒤집고 일주일 가량을 뒤집어 놓아서 고루고루 설탕이 섞이게 하고 기다립니다.

    내년이나 되야 먹을수 있는 양식이 됩니다.

    숙제..그놈의 숙제를 끝냈습니다.

    누가 내린 숙제도 아닌데....어머니가 옆에서 졸고 계싶니다

    나도 한켠에서 달달한 꿈을 꾸렵니다

    전원주택 마당에서 매실을 따는 그런 꿈 말이죠...

     

    '한식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잘못에 대한 반성  (0) 2018.01.09
    긴급한 우동  (0) 2017.12.19
    친구..그리고 닭도리탕  (0) 2017.12.19
    너와 먹는 칼국수 해장  (0) 2017.12.19
    뜨으거운......육계장  (0) 2017.12.1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