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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레기를 대하는 마음
    한식에세이 2018. 2. 6. 10:10
    #마음이머무는곳(자작시&자작글)

    시레기
    어느날 배달온 우유박스에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충북 괴산군 소수면 .....정옥자...
    큰고모가 살아계신곳..자글자글한 주름과 충청북도식 사투리가 기억이 새롭다.
    에구구..노인네가 뭘또 보네 왔나???? 이젠 고모한테 무얼받는것도 반갑지 않다..왜냐하면 그 험한 농사를 하고 고생고생하며 수확한 농산물을 공으로 먹는것도 염치가 있어야지....항상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라..이렇게 받고나면 무슨 큰죄를 짓는것 같아서....
    박스를 개봉하니 반은 서리태 반은 시레기다
    나는 화색을 하며 좋아라 하는 것 이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와이프와 애들은 시큰둥....어짜피 내 혼자 다 먹어야 할 나의 존버 아이템....
    서리태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시레기를 물에 불린다..화장실에 큰다라를 넣고 거기에 시레기를 넣어 물을 붓고 소금한숫갈을 스타쉐프가 투척 하듯이 넣어주고 불어 가는것을 지켜 본다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이다...애벌레가 나비가 되듯...가스오부시 뿌리면 살아움직이는것 처럼 춤을 추고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듯..시레기는 푸르른 기지개를 편다.
    그걸 화장실에 들어 갈때마다 여인의 한복 자락이 펼쳐지듯 시레기가 펼쳐지는것을 보면....더위가 한소끔 지나간 늦여름에 김장무를 심어 어린아이 자라듯..쑥쑥 머리를 드리밀어내어 잎파리를 내고 이내 미니스커트 다리처럼 은밀한 부분만 노출허고 화려하게 블라우스 처럼 잎파리를 펼쳐내어 크더니만 밭주인에게 댕강 잘리어 처마밑에서 대롱대롱 매달린걸 나같이 촌생활을 해본 슈렉들은 알수있다
    흐믓하다...이건 재산을 마련한것 같어...
    이제 부터가 일이지....곰솥을 꺼내고 거기에 물을 넉넉하게 넣고 불린 시레기 투척...소금한스푼은 쉐프처럼...한 3시간 이상 끓인것 같다...
    애들과 와이프는 지나가면서 참으로 고생이 많으싶니다 하는 눈빛이다.
    냄새 때문에 개와 고양이는 근처도 안오고...
    다 삶아진  시레기를 물에 씻는다....씻으면서 줄기에 있는 껍질을 제거해야 부드런 시레기를 즐길수 있다. 이게 참으로 귀찬은 일이지만 나이들어 가면서 이런거 쌓아 놓고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곧잘 해내곤한다..이런 비슷한게 멸치 똥따는 일과 은행 껍질 벗기는 일...
    이제 일의 끝이 보인다..
    껍질까지 깐 시레기를 한번 먹을 만큼 만 돌돌 말아 비닐봉지에 넣고 보관하려 준비 한다.
    그리고 바로 먹을 시레기는 썰어서 볶아 먹을것과 국에 넣을 것을 구분하여 놓고 일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한해 한계절의 햇살과 고단함과 수고스러움을 담북 담은 시레기가 먹을거리가 되어 상에 오르며 나의 식욕구를 채워나간다...사랑도 이렇지 않을까???열정과 느낌으로 활짝피고 그리고 햇살과 같은 관심...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나머지 그것이 시간이 흘러 일깨우는 노력...그래야만 만찬을 즐길 권리가 있는 것처럼....
    냉장고에서 시레기를 꺼내어 콩고물을 무치고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준 된장을 넣어 된장국을 끓인다
    맛은???
    졸라 맛나다
    엄청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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